을지로3가역 1번 출구를 나와 도심의 뒷 골목을 잘 살피다보면 요상한 이름의 그 곳을 발견하게 된다. '커피한약방' ??? 을지로가 조선의 오랜 상권이었음을 생각한다면 꽤 괜찮은 작명 센스다. 흔한 카페 이름들 사이에서 한 번 들으면 잊지 않을법도 하고... (근데 외국인에겐 어떻게 카페명을 설명하려나...;;) 지난 겨울에 방문했던 커피한약방과의 첫 만남 이야기다. 그 뒤로 을지로 쪽 가게되면 가끔씩 들르게 된다.
지도를 미리 확인하고 갔음에도 지나치기 쉬운 좁은 골목 사이에 위치해 있다. 사실 이 쪽 말고 좀 더 넓은 쪽 진입로도 있는데 거기도 헛갈리기는 매한가지다.
오른 쪽이 커피를 주문할 수 있는 본관(?) 영역이고, 왼쪽 계단을 올라가면 2층 별관에 추가로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. 음료를 받아 본관에서 먹거나, 2층으로 자리를 옮겨 즐기면 된다.
옛 건물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서 운영하고 있었다. 입구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~!
우와~~~~~~~~ 하는 느낌의 강렬한 인테리어(?)라고 하기엔 그냥 과거의 흔적들을 남긴 그런 것들이 손님을 반긴다.
저거 동? 맞나? 저렇게 쭉 나열해놓고 주문한 드립을 내려주는게 신기하고 멋져 보였어.
필터 커피가 드립이었던거 같아. 따뜻하게 시키면 바로 내려주는거 같고, 차가운 걸 시키면 조기 냉장고에 미리 내려서 차게해둔 녀석을 얼음에 부어준다. (기억의 파편을 모으는 중이라 아닐 수도 있음) 정작 이날은 따뜻한 커피랑 라떼를 먹었는데...
뭔가 포스팅을 하며 느낌이 요상해서 메뉴판을 잘 살펴보니 이 집은 아메리카노(에프스레소 샷 + 물)가 없구나. 따뜻한 커피는 필터 커피가 맞았나보다. 그런것 치고는 다른 집들보다 월등히 싸게 판매하는 구만. 라떼는 머신에서 샷 내려서 해주는 걸게다. 그렇지 않고서야 모양을 내기 힘들지.
저거 나전칠기인가... 하아....웃기고 멋져부러 ㅋㅋㅋㅋ
이층 구경도 할 겸 주문한 음료를 받아 자리를 옮겼다.
평범한 옛날 건물 계단 같지만...
올라와서 돌아보면 ?? 오잉? 뭔가 잘 쓴 글씨인데... 저걸 한자로 저렇게 써두기도 하는구나... 진짜 옛날 모습이구나 싶었다.
2층 분위기는 1900년대 영화 속 한 장면 같다.
옛날 영화 주인공이 되어볼 수 있는 그런 장소!
카페 분위기 뿐 아니라 커피도 준수합니다.
맛에 흡족해서 아포가토를 추가로 먹어봤는데....
저 반지르한 느낌만큼이나 대 만족! (사실 음료보다 이게 더 맛나는거 같다. 아이스크림 좋은거 쓰나봄. 요거 꼭 먹어보자.)
커피한약방 푸쳐핸접!
회색빛 도심 속에 숨어 있는 보석같은 녀석을 만난 밤이었다.
방문일 : 2016년 초
의견 : 을지로 쪽에 괜찮은 커피집이 많지 않기도 하지만, 이 집은 괜찮은 음료와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카페 분위기를 자랑한다. 필터 커피라는게 늘 그렇듯 취향을 좀 탈 수도 있으니, 머신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라떼나 아포가토를 먹어보자. 아냐 아포가토는 오면 꼭 먹어. 강추임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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